이북으로 사서 봤다. 이북에는 예쁜 표지가 없어서 삽화로 대체한다.
"아무튼" 시리즈가 꽤 많이 나왔다!
흥미로운 한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춰 쓴 가벼운 에세이 시리즈인데 지금까지 읽어본 바로는 금방 읽힐 뿐더러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예: <아무튼, 메모>를 읽으니 메모가 마구 하고 싶어 진다!) 책이 많았다.
<아무튼, 비건>은 짐작할 수 있듯 비건이 쓴 이야기. 그중에서도 아주 단호하고 완고한(?) 비건이 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건은 내 선택이고, 너는 고기를 먹기로 선택한 거고 그러니까 서로 존중하자~" 이 정도의 비건만 본 내게는 좀 충격적일 정도로 말을 심하게 한다...
동물을 사랑하면서 고기를 먹는다는 사람을 아내를 사랑한다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가정 폭력범으로 비유할 정도로 세게 말하는데,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고 최선을 다해 채식을 하기로 결심했으니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불편했던 것은 사실. 아마 지금까지는 알면서도 내 즐거움을 위해 애써 못본척 해온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선을 다해 채식을 하기로 했지만, 또 다행히 요즘은 밖에서 밥 먹을 일이 없는 탓에 며칠 동안 무사히 수행하고 있으나 약속이 있거나, 도넛이나 떡볶이 같은 게 엄청 먹고 싶어 지면 어떡하지?
내 옆의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시행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내 삶의 (몇 안되는) 즐거운 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할 가치가 있을까?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뭐가 돼 그럼?
이런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어쨌든 남의 기분이나 내 즐거움이 다른 생명의 엄청난 고통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사실 내가 말한 것 같은 견해는 대부분 책에서 반박하고 있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니 그래도...ㅠㅠ"라고 생각했음... 아직도 무언가 저어되는 마음이 있다.
부제는 "당신도 연결되었나요?"이다.
이 책은 자신의 고통, 인류의 고통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결되고, 깨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아래는 충격적이었던, 좋았던, 기억에 남았던 부분을 정리한 것!
#1.
비건의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 비건이 되는 것은 산업과, 국가와, 영혼 없는 전문가들이 단절시킨 풍부한 관계성을, 어린아이였을 때 누구나 갖고 있던 직관적 연결 고리를, 시민들이 스스로의 깨우침과 힘으로 회복하는 하나의 사회운동이다.
#2.
문제는 개개인의 폭력성보다 이 대량생산 체제 자체가 인간성을 말살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3.
극심하게 고통받다가 처참하게 죽은 생명의 몸뚱이를 매일 입에 넣는 것. 그게 영혼을 건강하게 해줄 리 만무하다.
#4.
이 모든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건 '세상은 안 변한다'는 믿음이야. 어차피 나 혼자 애쓴다고 변하는 건 없으니 남들 따라 편하게 적당히 즐기다 가자는 주의, 복잡하고 골치 아픈 사회문제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최대한 외면하는 태도, 뭔가 바꿔보려는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잘났길래'라며 멸시하는 반응, 모두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이 믿음에 기반하는 거야.
#5.
자신을 규정짓는 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규정을 모두 벗어던지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쉬운 길이다. 좋게 보면 자유롭고 유연해 보일지 몰라도, 흔해빠진 무원칙의 편의주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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