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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 구병모

판형이 엄청 작고 책이 얇은 데다가 글씨가 큼직한 편이라 한 시간 이내로 완독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여담이지만 세로 띠지 정말 좋다! 띠지가 꼭 있어야 한다면 세로 띠지가 편한 것 같다. 가로 띠지는 읽으면서 계속 벗겨지고 이걸 뭐 버릴 수도 없어서 신경 쓰이는데 세로 띠지는 안 벗겨지더라.

 

타투와는 전혀 연이 없어 보이는, 나이 오십께의 주인공이 회사 후배의 샐리맨더 타투를 보고, 의도치 않게 타투숍을 소개받는다. 타투숍에 가니 타투 아티스트가 "무엇에 관심이 있으신지" 묻는다. 그 말을 들은 주인공은 '쉰이라는 나이에 관심이라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대목은 다음과 같다.

요즘 기준 같아선 백세 시대의 꼭 중간까지 이르렀을 뿐이나, 자녀의 교육 및 성혼을 시작으로 영양제나 생존 운동 이상의 무언가에 또는 어딘가에 몰입하기에는 결코 최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나이의 사람에게. 관심이라는 말부터가 건강하고 의욕적인 미래의 아이들, 시미가 살아서 닿지 못할 날들에 존재하는 어린이들의 사전에나 등재되어 빛나는 낱말 같았다. (p47)

요즘에는 나이듦을 생각하면 공연히 슬퍼지는데, 뭔가 반짝거리는 게 사라지는 것 같고 더 이상 몰입의 순간도 비약적인 발전도 앞으로는 없을까 무섭다. 꼭 그런 건만은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글을 읽다가 이런 비슷한 대목을 발견하면 괜히 더 철렁한다.

 

이 이후, 소설은 타투라는 소재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한 데 모아진다. 띠지에도 써 있듯 "환성"적인 이야기. 스포가 될 수도 있어서 뒷부분은 자세히 적기 힘들겠지만,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가 사람들을 구원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이야기로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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