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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재밌는 장편 소설 추천!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드디어 읽었다!!

평이 좋길래, 그리고 많은 해외 유튜버가 올해 읽을 책 리스트에 이 책을 넣어놨길래 꼭 읽어야지 하다가

드디어 읽었다.

정말 너무 잘 읽히고 재밌는 책이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소녀 카야의 이야기를 담은 책.

외로움과 고독을 다루고 상당히 긴 세월을 담고 있어서 지루할 법도 한데,

살인사건과 사랑 이야기 등이 적절히 조합되어 하나도 안 지루하다. 정말, 진짜!!

 

페이지를 넘기기가 매우 쉬운 책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주인공인 카야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왜 끝까지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는 거야ㅠㅠ 하면서...

아마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거겠지.

 

야생동물학자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펴낸 첫 소설이라고 하는데 정말 엄청났다.

그래서 동물의 행동을 잘 묘사한 모양! 카야의 움직임(?)도 뭔가 동물 같았다.

 

아름다운 문장도 많았다!

번역이 무척 잘 되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었겠지?!

여하튼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는 이 책에 반해서 원서를 당장에 구매했다.

언젠가 읽지 않을까 하고ㅋㅋㅋ

 

좋았던 부분의 일부를 아래에 정리해둔다.

 

p.93

아버지는 다시는 카야와 낚시하러 가지 않았다. 따스했던 날들은 덤으로 주어진 계절이었다. 낮은 구름이 갈라져 밝은 햇살이 카야의 세상을 잠시 환하게 비추는가 싶더니 곧 어둠이 굳게 아물려 움켜쥔 주먹처럼 단단하게 죄어들었다.

 

 

p.108

지금이라도 엄마가 오솔길을 걸어와서 흙 뒤집는 일을 도와줄지도 모른다. 드디어 집에 올지 모른다. 이렇게 깊은 정적은 귀했다. 심지어 까마귀들마저 고요해서 자기 숨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였다.

  머리카락을 쓸어올려 왼쪽 귀 위에 핀을 꽂았다. 아무래도 엄마는 영영 집에 오지 않을 모양이다. 어떤 꿈들은 그냥 빛이 바래고 사라지기 마련인가 보다. 카야는 괭이를 치켜들고 딱딱한 흙덩어리를 잘게 부쉈다.

 

p.111

아직도 글을 읽지 못했다. 이제 독수리와 하늘을 나는 백일몽 같은 건 꾸지 않는다. 진흙을 파서 저녁거리를 장만해야 하는 아이는 상상력이 납작해져 빨리 어른이 되나 보다.

 

p.139

번지려는 미소를 물고 카야가 말했다.

 

p.157

평생 처음으로 카야의 심장이 한 점 모자람 없이 가득 차올랐다.

 

p.221

카야는 체이스를 생각해서 웃어주었다. 살면서 해본 적 없는 일인데도 곁에 누군가를 두기 위해 자신의 한 조각을 포기했다.

 

p.299

재갈매기 부리의 붉은 반점은 단순히 장식이 아니다. 새끼들이 부리의 그 붉은 점을 콕콕 쪼아야만 부모가 잡아온 먹이를 내어준다. 붉은 반점이 더러워지거나 안 보여서 새끼들이 쪼지 못하면 부모는 밥을 주지 않고 새끼를 죽게 내버려 둔다. 자연에서도 부모 노릇은 생각보다 애매한 일이다.

 

p.445

온 마을 사람들의 경멸과 의혹의 시선에 다친 카야의 마음은 끝내 온전히 아물지 않았지만 부드러운 만족감, 거의 행복에 가까운 평온이 스며들어 그녀 안에 고였다.

 

p.451

삶의 쪼가리와 유골, 그녀라는 냇물의 돌멩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