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아주 얇은 책이다. 아쿠타가와 수상작이라는 문구와 예쁜 표지에 혹해서 구입. 아주 오랜만에 읽어보는 일본 소설이었다. 일본 소설이란 걸 인지하고 봐서 그런지 몰라도 일본어투와 내가 느끼는 일본 소설 특유의 분위기(엉뚱한 듯 하지만 어딘가 서늘하고 으스스한 느낌...)가 이 소설에서도 느껴졌다.
동네에 '보라색 치마'라고 불리는, 항상 보라색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자가 있는데, 화자는 그 여자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자신에게 과거에 한 번씩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들과 어딘가 닮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친해지고 싶기 때문에 여자를 미행하게 되고, 또 트릭을 설치해 자신과 같은 직장에서 일하게 만든다. (나름 반전이 있는 소설이고 스토리가 중요할 거 같아서 뒤는 생략...)
이 소설은 보라색 치마라는 인물의 성장담을 보여주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인물을 타락시키고, 따뜻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가도 결말을 아주 차갑게 맺는다. 그래서 인물 하나하나의 심정이 이해되는 소설은 아니었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 다 좀 이상하고 무섭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까지 보라색 치마와 친해지고 싶었던 걸까? 아마도 보라색 치마가 곧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보라색 치마'라는 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섞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타인들이 붙여준 낙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유난히 소외된 인물들을 조명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본 일본 소설 광고 중에는 스물 여섯에 홈리스가 되었다... 뭐 그런 책도 있던데, 그런 거 보면 일본 경제나 사회도 아주 힘든 모양. 최근 읽은 한국 소설들에서는 원룸에 사는 계약직 인물, 그리고 좀 무기력한 인물들을 꽤 많이 본 것 같다.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에 나오는 인물들도 젊고 무기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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