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간 듣던 팟캐스트가 마지막 방송을 했다. 2016년 1월 아르바이트로 반복적인 노동을 했는데, 너무 심심하고 무료해 괜찮은 팟캐스트가 없을까 하다가 찾은 게 바로 <씨네필은 아니지만>이었다. 이후로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모두 들었다. 대학 동기로 만난 두 사람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로, 한 회차당 하나의 영화를 다룬다. 해외사이트, 트위터 등에서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평을 가져와 소개해주고 마지막은 자신들의 한 줄 평으로 끝나는 방식이다. 기발하거나 특별할 것 없는 구성이고 다루는 영화도 독특하지는 않지만 진행자 두 사람이 일단 재밌고 매력적인 사람들인 데다가 대화의 합도 듣기 좋았다. 소리 내서 웃은 적도 많다. 가끔 내가 본 영화에 대해 깊이 있고 흥미 있는 평을 제시해줘서 그런 회차들은 유독 즐겁게 들었다.
그러나 둘 모두 생업이 따로 있고 팟캐스트로는 수익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드문드문, 어떨 때는 몇 달에 하나씩 에피소드를 올리다가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언제 올라오지, 하고 계속 다음 편을 기다렸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되니 서운하다. 몇 달에 한 번 업로드가 이루어지더라도 끝나지 않았으면 했나 보다.
다음은 이 팟캐스트를 추천하는 세 가지 이유다.
1, 영화를 재밌게 깐다.
이 팟캐스트에서는 소위 말하는 명작 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다룬다. 영화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거침이 없다. 별로였던 지점을 그 이유까지 확실히 말해줘서 통쾌하기도 하고, 별로긴 했는데 왜 별로인지는 모르겠는 영화에 대해서는 나 대신 명쾌하게 이유를 짚어줘서 좋았다. 좋은 평을 많이 듣는 작품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을 꼽아주는 것도 이 팟캐스트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말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
2. 영화인(?)의 관점으로 다룬다.
두 사람이 대학 영화 동아리에서 만났다고 들은 것 같다. 팟캐스트명은 저렇지만, 두 사람 모두 영화 제작을 꿈꿨던(혹은 꿈꾸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 대한 설명도 풍부하다.
3. 무척 다른 두 사람의 조합
두 진행자의 (보이는? 들려지는?) 성격이라든가 말투가 무척 다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는 두 사람 삐걱거린다 싶었는데 듣다 보니 오히려 딱 맞는 짝으로 느껴지며 아주 재밌는 대화를 엿듣는 기분이다(같은 이유로 유튜브 채널 '김앤정'을 추천한다. 아이돌과 연예 업계에 관심이 전혀 없는데 3번의 이유로 구독하고 있다).
마지막 편에서는 탕웨이, 현빈 주연의 만추를 다뤘다. 영화에서의 헤어짐처럼 구질구질하게 여지를 남겨두지 않겠다고 했다(이 부분도 음성으로 들었을 때는 정말 웃겼다). 마지막 약 십 여분 간은 너무 서운해서 듣지 못했다. 한 분은 프리랜서이고 한 분은 회사에 다닌다는데 두 분 모두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든 승승장구하시길! 어느 매체에서든지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이왕이면 그래도 돈이 될 가능성이 있는 유튜브로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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