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날짜 없음/장은진

"바라는 자들은 따라가지 않을 것이고, 바라지 않는 자들은 따라나서고 있을 것이다. 끝을 피해 끝으로. 하지만 우리처럼 바라지 않으면서 따라가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분명 연인일 것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근면한 연인들. 서로에게 나눠 줄 새로운 문장과 이야기가 아직은 무궁무진하게 남은 연인들. 심하게 다툰 날은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서운한 문장들을 주고받게 되는지, 연애가 좀 더 깊어질 때는 어떤 놀라운 문장들이 상대방의 몸을 타고 탄생하는지, 갑작스럽게 권태가 찾아오는 순간에는 무슨 문장들로 그 지겨운 시간들을 버텨야 하는지 모르는 순진한 연인들."

 

- p.58

- 관계를 맺는다는 건 문장을 주고 받는 것이다.

 

 

 

"그러고는 숫자를 세며 심호흡을 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지금의 평화로움이 소설 속 삽화나 영화의 한 장면으로 삽입되어 영원히 재생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노래의 후렴구처럼 끝없이 반복됐으면 하고. 그러나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피도 멈추지 않고 나왔다. '좋겠다는 생각'이란 '후회'처럼 결국 모두 쓸데없고 소용없는 짓이었다."

 

- p.176

- "영원히 재생 가능"하기를 바라는 순간들.